천개의 카메라
FUJIFILM SEOUL ARCHIVE PROJECT 8th Thounds Cameras - <Yeongdeungpo>
영등포의 경계에서 1호선 철로를 중심으로 갈라진 영등포의 두 지역은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북쪽은 끊임없는 개발로 고층 건물과 블록화된 구역, 곧게 뻗은 길이 자리 잡았다. 반면 남쪽은 곳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대부분 오래된 지형을 따라 형성된 골목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규격화된 거리에는 예측 가능함이 있지만, 비정형의 골목은 매 순간 다른 풍경을 펼친다. 그 예측할 수 없음에 이끌려, 나는 남쪽으로 향했다. 영등포본동, 도림동, 신길동, 대림동. 이 지역에는 대단지 아파트와 오래된 주택가가 공존한다. 여러 나라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하며, 다층적인 문화와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였다. 단독주택과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골목은 매력적인 피사체다. 비슷하지만 다른 집이, 바람 한가닥 겨우 지나칠 정도의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서 있다. 정면이 아닌 옆에서 바라볼 때만 드러나는 우연한 조형미가 그곳에 있다. 좁고 복잡한 골목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생명이 있다. 같은 땅을 딛고 서 있지만, 그들에게 눈길을 주는 이는 없다. 나는 그 무심한 시선 속에 포함되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사람이 아닌 식물로 시선이 향했다. 인간의 손길이 닿은 식물도 있지만, 더 많은 이들은 사람의 손을 벗어나 스스로 생을 영위한다. 담벼락, 아스팔트의 작은 틈 사이, 떠나가 비워진 땅에서 그들은 자유롭게 뻗어간다. 그들의 삶은 통제되지 않기에 온전히 자신을 드러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누구보다 자유로운 존재. 하루아침에 사라져도 그 부재를 기억하는 이는 없겠지만, 그렇기에 더욱 기록할 가치가 있다.